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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5 PM
Anyone in the world

몇년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캐나다 신권중 5달러 지폐의 뒷면에 보면 우주비행사와 우주 정거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배경이기도 했던 우주정거장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항공국에서 공동으로 운영중인 곳인데, 그곳에 캐나다라고 표시 되어 있는 그림이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지폐 뒷면의 우주정거장 그림에서 ‘캐나다’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바로 캐나다암2(Canadarm2)라고 불리우는 로봇팔인데, 주로 우주정거장에 도착하는 우주선을 잡아서 우주정거장쪽으로 옮겨주거나, 우주 정거장 외부를 수리 또는 점검하는데 사용되는 중요한 장치로서 캐나다 우주항공국에 의해 개발된 캐나다 우주항공 산업의 자랑거리중에 하나입니다. 캐나다는 우주 항공 발사기지를 자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캐나다에는 우주 항공 관련 산업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꽤 오래 전부터 우주 항공산업에 관련된 로봇팔분야는 거의 캐나다의 독점분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캐나다의 우주 항공 관련 로봇팔 개발 연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Space shuttle program)을 이끌어 오던 미국우주항공국(NASA)은 DSMA Atcon이라는 캐나다 회사가 온타리오주에 있는 캐나다의 핵발전소(CANDU nuclear reactors)에 핵연료봉을 설치하기 위해 개발한 로봇팔 시스템에 주목을 한 후, 1969년 공식적으로 캐나다가 왕복선 프로그램에 함께 협력하여 왕복선에 설치될 로봇팔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후 1975년 NASA와 캐나다 국립 연구소(Canadian National Research Council)는 셔틀 원격조정 로봇팔 시스템(Shuttle Remote Manipulator System, SRMS) 공동개발에 공식적으로 합의를 하게 되고, SPAR Aerospace라는 캐나다 회사의 주도하에 캐나다암(Canadarm)이라 명명된 우주왕복선용 로봇팔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개발된 캐나다암은 1981년 Columbia 우주왕복선에 장착된 것을 처음으로 이후 Challenger, Discovery, Atlantis, 그리고 Endeavour를 포함하여 총 5대의 우주왕복선에 모두 장착되어 총 90여회의 미션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는 Challenger 왕복선과 Columbia왕복선이 사고로 폭발하는 바람에 잃어버린 두대를 제외한 세 대의 캐나다암들은 박물관에 전시중이거나 NASA에서 재활용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중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캐나다암은 우주왕복선에 설치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크기와 성능에 있어서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우주정거장에서의 여러가지 필요성에 의해서 NASA는 캐나다암보다 더 크고, 더 무거운 것들을 제어하기에 용이한 로봇팔을 필요로 했고,  이를 위해 1990년대 후반에 2세대 로봇팔인 캐나다암2(Canadarm2)이 새롭게 개발되었습니다. 이전의 캐나다암이 왕복선에 설치 되었던 것과 달리 캐나다암2는 국제 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 설치된 것으로 무게는 약 1640 킬로그램에 달하고, 최고 116,000 킬로그램 정도의 물체를 옮길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17미터 길이의 거대한 로봇팔입니다. 이는 단지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절을 이용해서 거의 모든 각도로 제어가 가능하고, 충격센서, 4개의 카메라 등의 첨단 장비를 통해 훨씬 더 정교하고 완벽한 미션 수행능력을 갖춘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캐나다암2는 2001년 4월19일 Endeavour 우주왕복선에 실려서 우주정거장으로 옮겨졌고, 캐나다 우주비행사인 Chris Hadfield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우주 정거장 외벽에 설치되었습니다. 이때 Endeavour 왕복선에 있는 캐나다암과 우주 정거장에 새롭게 설치된 캐나다암2가 화물 운반대를 주고 받으면서, 우주공간에서 최초로 두 로봇팔이 서로 맞잡는 장관을 연출하게 되는데, 이를 ‘역사적인 캐나다 악수(Historical Canadian handshake)’라고 부릅니다. 즉,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만든 최초의 로봇팔들간의 정교한 협동 작업이 모두 캐나다의 우주항공 산업에 의해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이 후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결합작업, 수리작업, 많은 장비와 보급품들의 이동, 왕복선의 도킹작업 등 크고 작은 모든 미션들이 모두 캐나다암2를 이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라는 거대한 구조체가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데, 그 거대한 정거장이 지구로부터 그 모양대로 발사되어 올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거장 자체가 수많은 작은 모듈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고, 그 작은 모듈들은 수시로 점검되고, 수리되기도 하고, 또 수년에 한번씩 새것으로 교체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작업이 바로 캐나다암2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수행될 수 없는 것이기에 로봇팔이 우주 정거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장치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드넓은 자연이나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목재, 축산업 등과 같은 산업이 워낙에 유명한 캐나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최첨단 과학 산업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캐나다는 많은 과학 분야에서 선두분야를 지키고 있는 과학강국 중에 하나입니다. 구권 5달러의 뒷면에 있던 캐나다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의 그림을 포기하고 신권에는 우주정거장의 캐나다암2를 넣은 것도 이러한 과학 강국의 위치를 고수하고자 하는 캐나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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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5 PM
Anyone in the world

누구나 이 세상의 시작은 언제일까, 어떻게 이 세상이 만들어 졌을까 하는 의문은 한 번쯤 가져봄직 합니다. 흔하디 흔한 이 의문은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인 물리학에서도 어쩌면 당연히 오래전부터 뜨거운 연구의 대상이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오늘 컬럼은 물리학에서 얘기 하는 천지 창조, 즉 우주 형성 과정을 다룰까 합니다. 

아주 먼 옛날,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년전 우주 시간의 궁극적인 출발점인 0초에 하나의 작은 점에 갇혀 있는 모든 물질들과 에너지가 폭발을 통해 퍼져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1/1043~1/1035초가 지났을 때, 우주의 온도는 약 1027도로 추정되는데, 이 온도는 원자핵마저도 존재할 수 없는 높은 온도로, 빛과 모든 입자들이 그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에너지의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대통일 이론 시대(grand unification epoch)라 부르는데, 이 때에는 현재의 세계를 지배하는 네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그리고 약력 중 중력을 제외한 모든 힘들이 통합되어있고 중력만이 홀로 독립되어 우주를 지배하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1/1035~1/1032초동안 우주의 전체 부피가 약 10129배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를 급팽창(inflation)시기라고 부릅니다. 즉, 우주는 대폭발이 일어난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팽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매우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팽창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조금씩 더 팽창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1/1032~1/104초의 기간을 강입자(hadron)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강입자란 쿼크(quark)라는 기본입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을 말하며 이 시기에 우주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강입자가 바로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입니다. 

대폭발이후 1/104~1초가 지난 시기에 드디어 입자들과 그 입자들의 반입자가 탄생하였고, 1~3분이 되어서야  원자핵이 합성되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원자핵 중 가장 단순한 수소핵이 만들어져 수소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다량의 헬륨이 전 우주에 생성되기 시작한 시기에 해당합니다. 이 때의 우주 온도는 약 100억도에서 1억도 정도로 폭발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이 후 오랜 시간 동안 입자들과 반입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반입자라는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우주에는 입자들만이 남게 되는 시기를 지나 우주 나이가 38만년정도가 될 때까지 핵과 전자들이 결합하여 지금의 원자들을 만들기 시작하고, 나아가 최초의 별과 은하가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생겨나는 별들은 매우 불안정해서 만들어졌다가 짧은 수명이 지난 후 초신성 폭발 등을 통해 다시 우주 공간에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뿌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많은 별들이 거의 동시에 폭발을 하며 우주공간에 커다란 에너지를 방출하자 불안한 결합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전자 간의 결합이 다시 끊어지면서, 이후 수억년간 새로운 별이나 은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암흑의 시기를 지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후 우주 나이 4억년때부터 지금까지 우주는 평균온도는 영하 270도정도로 낮아졌고, 그 사이 다양한 물질들이 만들어지면서 항성, 은하, 성운, 행성등이 형성되어 현재의 우주를 이루게 되었던 것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요약해 보자면, 우주는 137억년 전 대폭발을 일으킨후 최초 3분동안 급팽창을 통해 급격히 늘어난 공간 속에 에너지로 가득 차 있던 것들이 차차 온도가 낮아지며, 기본 입자들로 뭉치기 시작하고 3분이후 수백만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원자들조차 안정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다가 4억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작은 입자들에서부터 별과 같은 커다란 물질들을 형성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어려운 용어들이 별다른 설명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여기까지 읽는데 고생하셨겠지만,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이 바로 대폭발이론(Big Bang theory)와 급팽창이론(Inflation theory)를 기반으로 한 우주형성과정입니다. 물론 이는 현재 우주 공간에 퍼져있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론일 뿐, 실험적으로 증명된 내용이 아닙니다. 당연히 이 내용들은 실험적으로 증명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저 증명되지 않을 이론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우주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이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여러가지 이론 및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과학으로 단지 과학적 증거만을 토대로 했을 때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은 설명드린 바와 같습니다. 

이러한 우주 대폭발이론은 1920년대경 러시아의 수학자인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ksandr Aleksandrovich Fridman,1888-1925)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방정식으로부터 유도해 자신의 이름을 붙인 프리드만 방정식이라는 공식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 방정식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예측한 첫번째 이론적 접근이었습니다. 이후 벨기에의 물리학자이자 카톨릭 교회의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Henri Joseph Edouard Lemaitre, 1894-1966)는 1931년 프리드만 방정식에서 예측되듯이 우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팽창하고 있다면, 이를 거꾸로 거슬러 간다면 결국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하나의 점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 점이 바로 시간과 공간의 첫 시작점에 해당한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러한 예측들은 곧바로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이라는 천문학자에 의해 은하들의 적색편이현상이 관측되면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인데, 여기서 적색편이현상이란 우주 바깥쪽의 은하들로부터 지구로 도달하는 신호들을 관측해본 결과, 그들의 에너지 스펙트럼이 붉은색 계열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신호를 보내는 물체가 관측자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신호를 보낼 때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적색편이 현상은 신호를 보내는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적색편이현상의 관측 결과는 이상한 점을 함께 남겼는데, 그것은 은하가 멀어지는 방향이 관측되는 모든 은하와 별들의 위치와 상관없이 한 쪽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폭발이론이 말하듯이 한점에서부터의 폭발로 모든 방향으로 우주가 펼쳐져 나가고 있는 것이라면, 별들과 은하들이 움직이는 방향도 한 쪽 방향이 아니라 전방향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론적 계산에 의해서 유도된 결론이 바로 급팽창이론인데, 이를 처음 주장했던 것은  1980년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인 앨런 구스(Alan Harvey Guth, 1947-)입니다. 이 후 많은 실험 물리학자들이 급팽창이론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현재까지도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올해 3월 미국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연구팀이 급팽창이론의 결정적 증거에 해당하는 중력파를 찾았다고 발표하여 학계에 커다란 이슈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올 해 2014년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가 되었습니다. 중력의 근원으로 예견되었던 힉스 메카니즘을 일으키는 기본 입자인 힉스입자의 존재가 유럽원자공동연구소(CERN)의 실험으로부터 증명되었고, 본 칼럼에서 말씀드렸듯이 중력파의 존재 역시 실험적으로 증명된 한해입니다. 이로써 오랜 기간동안 맞추지 못한 퍼즐의 중요한 두조각이 맞추어지게 되었고, 세상을 이루는 기본입자의 중요한 부분과 우주의 근원에 대한 수수께끼에 대한 우리들의 추측이 실제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도대체 이런 순수과학에 대한 연구가 우리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렇게들 난리인가라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인 편이를 제공하는 많은 발견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모두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비록 당장에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창출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간 우리의 삶에 커다란 도움을 가져오는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대학 시절 은사님이셨던 한 이론 물리학 교수님께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한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렇다. 세상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Anyone in the world

작은 곰자리라는 별자리의 꼬리부분에 있는 별, 북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기에 많은 배들의 밤길 항해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던 별,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극성입니다.  사실 이 북극성은 지구로부터 약 40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별인데요, 여기서 ‘광년’이라는 단위는 빛이 1년동안 날아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서 일반적인 단위로 환산하자면 약 9,460,000,000,000 킬로미터에 해당합니다. 그 거리에 400배에 해당하는 거리이니 북극성은 지구로부터 엄청나게 멀리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을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빛이 북극성으로부터 출발해서 지구에 도착하는데까지 약 40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오늘밤 혹시 밤하늘에서 북극성을 볼 수 있다면 그 북극성은 약 400년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전체 우주의 많은 별들과 비교해 보면 400광년이라는 거리는 상대적으로 그리 놀랄만큼 먼 거리에 해당하지 못합니다. 우리 은하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웃 은하가 바로 안드로메다 운하인데,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약 250만 광년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런 은하가 이 우주에는 약 1700억개 이상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이 우주가 얼마가 거대한 공간인지는 가히 상상이 되질 않을 정도 입니다. 

그럼 도대체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엄청난 거리를 어떻게 잴 수 있는 것일까요? 천문학자들이 우주공간의 별들까지의 거리를 잴 때 사용하는 방법은 주로 연주시차법과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을 이용한 거리 측정법을 사용합니다. 연주시차법이란 지도에서 거리를 측량하는 방법과 비슷한데, 예를 들어 강의 폭을 측정하고자 한다면, 한 쪽 강변에 위치한 두 위치에서 반대편 강변에 있는 한 점을 바라보면 바라보는 각도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 두 각도와 두 위치의 거리를 이용하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삼각함수법을 이용해서 강폭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바라보는 두 위치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반대편을 바라보는 각도의 차이가 커져서, 더 먼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고, 만약 두 측정위치의 거리를 바꿀 수 없다면, 거리가 멀면 멀수록 바라보는 각도의 차이가 거의 없게 되어서, 측정가능한 한계거리를 갖게 됩니다.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연주시차법이라고 하는데, 이 때 우주 상에서 측정하는 두 위치를 최대한 멀리하기 위해서, 지구가 1년을 주기로 태양주변을 공전하는 원리를 이용해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같은 별을 바라 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즉, 1월에 지구에서 별을 바라볼 때의 각도와 7월달에 동일한 별을 바라보는 각도가 지구의 위치변화로 인해서 다르게 되고, 이 각도의 차이와 지구 공전 지름을 이용하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이 방법으로는 약 300광년이내의 별들까지의 거리를 잴 때만 사용되는데, 그 이상의 거리는 각도차이를 거의 잴 수 없기 때문입니다. 

300광년보다 멀리 위치한 별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세페이드 변광성이란 북극성주변에 위치한 세페우스 별자리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지고, 이제는 일반적으로 빛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별을 세페이드 변광성이라고 부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별의 중력이 강해서 별 자체가 수축을 하는데, 수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별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고압 상태에 의해서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반응이 가능해서 다시 별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때 핵융합반응이 주기적으로 변화함으로써 별의 밝기가 그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변광성이라 분류됩니다. 이러한 변광성의 위치와 성질을 계산, 기록하던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의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 1868-1921)는 1912년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와 별의 밝기가 비례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녀의 이론에 따라 변광성의 밝아졌다 어두어지는 주기를 측정하면 그 별의 밝기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밝기는 별 자체의 밝기이기 때문에 이를 절대밝기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밤하늘에 그 별이 얼마나 밝게 보이는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밝은 빛이라도 산등성이 너머 멀리 있으면 그 빛이 희미하게 보이듯이 절대 밝기가 매우 밝은 별이라도 그 별이 우리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어둡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밤하늘에 실제 보이는 밝기 정도를 우리는 겉보기 밝기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겉보기 밝기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별의 절대밝기를 알아낼 수 없었는데, 리비트의 연구 덕분에 주기측정을 통해서 변광성의 절대밝기를 알아낼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절대밝기와 겉보기밝기를 비교함으로써 그 별이 지구로 부터 얼마나 멀리있는 가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실제 밝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불빛이 먼거리에 있어서 희미하게 보이면, 먼거리에서 보이는 희미한 정도와 실제 밝기의 비례식을 이용해서 불빛이 얼마나 멀리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서 리비트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위치한 소마젤란 은하가 지구로부터 약 2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젤란 은하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은하로서, 마젤란이 남반구를 여행할 때, 북쪽의 북극성을 볼 수 없어서 이 성운을 보고 방향을 가늠했다는 기록에서 이름이 붙여진 운하입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인데,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은하는 마젤란 은하가 되는 이유는 지구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보면 안드로메다가 가장 가까운 것이고, 지구를 중심으로 보면 마젤란 은하가 가장 가깝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우주가 이렇게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이 우주는 우리 지구가 속한 하나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그 중심에 태양계가 위치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초가 되어서야 충분한 성능의 반사 망원경이 설치되고, 드디어 1923년 허블이라는 유명한 천문학자가 안드로메다 은하의 변광성의 주기를 측정하면서, 이 변광성이 속한 은하는 우리의 은하가 아닌 그 외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이 안되던 시절, 우리 은하 외부에 다른 은하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독일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철학자였던 칸트(Immanuel Kant,1724-1804)였습니다. 칸트는 우리의 은하를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섬이라 생각하고 은하 밖에는 우리 은하와 비슷한 "섬"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우주섬 이론 "가설은 후에 허블의 안드로메다 발견으로 100년이 지난 뒤에나 과학적으로 입증이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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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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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엇인가를 개발 또는 발명하기 위한 과학적 실험들은 사실 티비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멋있어 보이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훨씬 더 고되고, 오랜 시간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나아가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엄청난 고민들을 통해 정립된 이론을 바탕으로 실험을 디자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경우 우연한 실수가 위대한 발견들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도 이러한 실수로 발견된겄으로 유명합니다. 영국의 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 경(Sir Alexander Fleming, 1881-1955)는 당시 아이들에게 유행하던 피부의 부스럼의 원인인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중이었습니다. 실험실에서 균을 배양할 때에는 다른 이물질이나 세균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배양기를 밀폐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수로 하나의 배양기의 뚜껑이 잘 닫히지 않아 푸른곰팡이가 배양기 내부에 생겨 못쓰게 되어버린 배양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푸른 곰팡이가 자란 배양기 내부에서 배양중이던 포도상구균이 전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플레밍은 푸른 곰팡이의 어떤 성분이 균을 죽이게 된 것인지 궁금해했고, 이로부터 ‘페니실륨 노타튬(Penicillium notatum)’이라는 종류의 푸른 곰팡이가 세균을 죽인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성분을 추출하여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 인류 최초의 항생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실험과정의 실수로 발견된 것으로 유명한 다른 사례는 바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즉 전도성 플라스틱을 개발한 일본의 히데키 사라카와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사라카와 박사는 도쿄공업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이케다 연구소에 재직하며 폴레아세틸렌이라는 고분자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때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파견나와있던 한 연구원이 폴리아세틸렌 중합과정을 직접해보고 싶다고 하여 연구방법을 전해주었는데, 반응 촉매제의 단위를 잘못 읽고서 기준치의 1000배에 해당하는 촉매제를 이용하는 바람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얻게 되었는데, 반응용액의 표면부에 밝인 빛을 반사시키는 얇은 박막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밝은 빛을 반사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 내부에 일정한 연결구조를 갖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이러한 구조는 전자가 움직여 다닐 수있는 통로가 되어 전기가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사라카와박사는 미국의 맥더미드, 앨런 히거 교수와 함께 연구를 계속하여 안정적으로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도 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전도성 고분자물질 덕분에 우리는 당시 많은 촉매제를 넣은 한국인 연구원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본인이 의도적으로 여러가지 양의 촉매제를 넣었을 때의 다른 점들을 보고 싶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진실이 무엇이던 간에 충분한 이론적 바탕에 의한 실험이 아닌 실수 또는 호기심에 의한 위대한 발견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자동차 유리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안전유리(Safety glas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안전유리를 발명한 사람은 프랑스의 과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Edouard Benedictus, 1878-1930)인데,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실험실을 돌아다니다가 탁자위에 놓아둔 플라스크병들을 건들이는 바람에 여러개의 플라스크병들이 다 깨져버렸는데, 그중에 한 플라스크는 산산조작이 났지만, 풀로 조각들을 붙여놓은 것처럼 원형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그 안에 담겨 있던 셀룰로이드용액이 유리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로부터 유리표면에 셀룰로이드막을 붙여서 조각이 나도 위험하지 않은 안전유리가 개발된 것입니다. 

비록 실수는 아니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것들이 개발되기도 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비아그라라는 약이 개발된 뒷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비아그라라는 약은 처음에는 심장병인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었습니다. 협심증이란 심장의 근육인 심근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통증을 느끼는 질병인데, 이 관상동맥을 확장하게 만들어 통증을 해소하기 위한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던 약입니다. 그런데, 약이 개발되어 임상실험을 하던 중에 실험대상 환자들의 음경동맥이 확장되어 발기가 지속되는 부작용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때 참가했던 실험 지원자들이 남은 시약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일어났었다고 하고, 끝내 이약은 협심증환자가 아닌 우연히 발견된 부작용을 주목적으로 하는 약품으로 개발되었던 것입니다. 

꼭 과학적인 발견이 아니더라도 실수나 우연한 사건에 의해서 개발된 것들은 그것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일상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중에 하나인 쫄면은 인천의 한 냉면 제조공장의 직원의 실수로 탄생한 음식입니다. 1970년대 초 냉면을 만들던 광신제면이라는 회사에서 직원이 국수가 나오는 사출구멍의 크기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굵게 만들어진 면을 버리기엔 아까워서 근처의 분식집에 줬더니 그곳에서 비빔국수 비슷하게 고추장에 버무려 팔았는데, 이게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된 것이 바로 쫄면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실수나 우연한 시도로부터 얻어진 위대한 발견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발견들은 어떤 행태로던 실수로부터 출발된 것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과 발견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할 때까지 천번이 넘는 실패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이때 그의 조수가 에디슨에게 왜 포기하지 않는지를 물었더니 에디슨은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전구가 켜지지 않는 이유를 천여가지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인생에 있어서 성공을 하고 싶으신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했음에 좌절하지 않고, 왜 실패했는가, 이번 실패는 그 나름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면 그 역시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다가가기 위한 과정의 작은 일부분일 것입니다.  문제는 실패와 실수를 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와 실수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그 자체를 실패와 실수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많은 사례들에서도 각각의 실수들을 그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여 더 이상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발견들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실수자체로부터 얻어진 발견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신중한 고찰이 발견과 발명들을 이끌어 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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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3 PM
Anyone in the world

주유소에 가보면 가솔린 연료가 일반적으로 보통, 중간, 고급 이렇게 세등급, 또는 네등급정도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딜러나 정비사들은 각 자동차의 모델에 정해져 있는 등급의 가솔린을 주유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레귤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차량이라도 높은 등급의 연료를 사용하면 엔진의 성능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반대로 높은 등급의 연료를 권장하는 차량이라도 낮은 등급의 가솔린을 주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으로 볼 때 굳이 비싼 고급 연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맞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가솔린 연료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옥탄가’입니다. 주유기의 가솔린 등급 선택 버튼에서 87, 89, 91, 또는 94와 같은 숫자를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이 숫자들이 바로 ‘옥탄가’를 나타내는 값들입니다. 이 ‘옥탄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기 위해 우선 자동차 엔진의 원리와 ‘노킹(knocking) 현상’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압축착화(CI, Compression Ignition)이라는 방식으로 구동되는 디젤엔진과 달리, 가솔린엔진은 스파크 점화방식(SI, Spark Ignition)이라는 원리로 엔진을 구동시킵니다. 이 방식은 실린더라고 불리는 공간에 가솔린 연료와 공기를 잘 섞어서 분무기로 뿌리듯이 분사시키고, 작은 스파크를 일으켜 그 스파크로 연료가 폭발시켜 그 힘으로 피스톤을 움직이는 원리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씀드리면 주사기와 같이 생긴 공간에, 서커스에서 입으로 기름을 뿜고서 불을 붙여 불이 확 붙는 것과 같은 폭발을 만들어 내면, 그 힘으로 주사기의 뒷부분이 밀려 나가게 되는 힘을 이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 스파크에 의해서 연료가 한꺼번에 단일 폭발이 일어나야 피스톤이 가장 높은 출력으로 엔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연료의 발화점(불이 붙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스파크를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자연발화를 일으켜서 연료가 불규칙적으로 작은 폭발을 자잘하게 일으켜서 피스톤에 힘을 온전히 전달해 주지 못하게 되고 이런 현상은 엔진안쪽벽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소음을 내게 되는데 이를 노킹(knocking)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이러한 노킹현상이 나면 듣기 싫은 소음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엔진의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오랜 시간 이 현상이 지속되면 엔진에 구조적 손상이 가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 현상은 연료가 어느 온도에서 자연발화를 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고 그 때문에 각 연료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자연발화를 일으키는 온도가 높을 수록 노킹에 저항(Anti-Knocking)하는 정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나타내주는 지표가 바로 ‘옥탄가’이고 옥탄가가 높을 수록 노킹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지표를 ‘옥탄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노킹저항능력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물질이 바로 이소옥탄(iso-octane)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연료들의 노킹저항값을 측정하기 위해 기준 척도가 되는 값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 이소옥탄(iso-octane)과 노말햅틴(n-heptane)으로 이루어진 혼합연료를 만들어 이 두 연료의 혼합비율에 따라 노킹이 시작되는 온도를 측정해 놓고서, 각각의 다른 연료들이 이 표준치와 비교했을 때, 어떤 비율인 경우과 같은 온도에서 노킹이 시작되는지에 따라 ‘옥탄가’라는 값이 정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91이라는 옥탄가를 갖고 있는 가솔린은 그 연료가 노킹현상을 일으키는 온도가 이소옥탄 91%, 노말햅틴 9%로 이루어진 연료를 이용해서 측정된 노킹 시작 온도와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는 어떤 조건의 엔진에서 시험을 했느냐에 따라 RON(Research Octane Number)와 MON(Motored Octane Number) 두가지로 나뉘는데, 유럽이나 한국은 RON값을 표시하게 규정되어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두 값의 평균치로 계산되는 AKI(Anti-Knock Index)값을 주유기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나 한국의 주유소에서 표시된 옥탄가가 이곳 캐나다보다 조금씩 높은 것을 보시고, 북미의 가솔린연료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셨던 분들도 있으실 수 있는데, 이는 특성상 MON값이 RON값에 비해서 낮게 측정되기 때문에, 그 두 값의 평균을 표시하는 북미의 표시값이 당연히 더 낮게 표시되는 것일 뿐, 실제 옥탄가가 실제로 낮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 과연 무조건 노킹방지능력이 높을 수록 좋은 연료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엔진이 설계될 때, 어떤 연료가 사용될 것인지를 가정하고 그에 최적화되도록 연료의 압축비, 분사량 등의 값들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옥탄가 91을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설계된 엔진에 그보다 높은 옥탄가를 갖는 연료를 넣는다고 해서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낮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도록 제작된 차량이라면 굳이 비싼 가격의 연료를 주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각 정유사에 따라 프리미엄 연료들은 단지 옥탄가만 높은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첨가물들이 들어가 있어서 엔진의 성능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노킹저항능력에 대해서만은 낮은 수치라도 엔진에 최적화된 연료를 주유하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고성능 엔진에는 옥탄가가 높은 가솔린이 요구되기 때문에 옥탄가가 높은 프리미엄 연료를 넣으면 엔진의 성능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것은 그러한 엔진은 처음부터 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작된 엔진이고, 그를 위해서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 그 연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높은 옥탄가를 요구하는 차량에 레귤러 연료를 주유하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부분 높은 옥탄가를 요구하는 엔진은 고출력을 위해 설계된 엔진으로 고속 주행능력이 필요한 스포츠카나 고급 차량들에 주로 장착되어 있는데, 이러한 차량들은 자체 센서가 노킹현상을 감지해서, 노킹이 일어난다면 그에 따라 연료의 분사량을 조절한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노킹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노킹저항능력이 낮은 연료를 주유하여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지만, 만에 하나 그 기능에 결함이 생겨 오작동된다면 노킹억제가 일어날 수 없고, 이는 엔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중고차를 구입하셨는데, 프리미엄 연료를 넣어야 하는 차거나, 차량이 오래되서 비싼 연료를 주유하는게 아깝다고 생각되어 ‘이 정도 낡은 차면 레귤러를 넣어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사실 그런 차들일 수록 노킹제어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처음보다 엔진자체의 성능이 낮아져서 기준치보다 낮은 온도에서 노킹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차량일 수록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셔야 엔진손상없이 오랜 기간 차량을 이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차량에서 요구하는 옥탄가보다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이용하시는 것이 차량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차량에서 노킹현상이 있는데,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면 노킹현상을 억제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도움은 되겠지만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분명 노킹현상을 줄일 수는 있지만, 노킹현상이 있다는 것은 엔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료를 바꾸실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정비를 받으셔야 할 것입니다. 소화불량이 지속될 때, 죽을 먹으면 물론 소화불량을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병원에 가셔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치료를 받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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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3 PM
Anyone in the world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모두가 들떠있는 홀리데이시즌입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왔다가 요기하고 가시라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쿠키를 굽고, 저녁이면 온 가족,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아침이면 정신없이 출근해야 하는 보통 때와는 달리 부부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을 수 있는, 여유로우면서도 바쁘고, 조용하면서도 왁자지껄한 그런 연말연시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맛있는 음식인데요, 아이들이 굽는 쿠키, 저녁식사로 즐기는 스테이크, 향기 좋은 갓 볶은 커피 콩, 그리고 할머니께서 가마솥에 만들어 주시던 누룽지까지, 이 모든 음식들의 공통점은 갈색의 색을 띄고 각각 특유의 맛있는 향을 갖는 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통적인 특징의 비밀은 바로 1912년 루이-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 1878-1936)라는 프랑스 화학자에 의해 발견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에 기인합니다. 

1878년 프랑스 로렌 지방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이야르는 문학, 철학, 의학, 과학 등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뛰어난 학자였는데 생화학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1902년 파리대학 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신진대사에 관련된 생화학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12년 아미노산과 단백질의 합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마이야르는 아미노산(Amino acid)와 당(Sugar)를 섭씨 1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반응을 시킬 경우 갈색으로 색깔이 바뀌면서 화학반응이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3쪽짜리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당시 다른 연구에 비해서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처음 접하는 흥미로운 반응이라 짧은 분량의 논문만 발표했을 뿐이었는데, 1953년 미국의 화학자 존 호지(John. E. Hodge, 1914-1996)에 의해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카니즘이 밝혀지면서, 음식이 요리될 때 가장 중요한 화학반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처음 발견된 지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의 기본 요소인 아미노산과 당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반응인데, 섭씨 130 – 200도정도의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합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로서 필수아미노산만 22종이 있고, 당은 탄수화물을 일컫는 것으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렇게 아미노산과 당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총칭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고 대부분은 갈색을 띄는 것은 비슷하지만, 어떤 아미노산과 어떤 당이 반응에 이용되는가에 따라 각각 특유의 향을 내기 때문에, 각 요리의 특징적인 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마이야르 반응도 역시 그 중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수많은 맛과 향이 개발되거나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것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드물지만,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그 반응을 이용한 최적의 요리방법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해야 음식이 맛있어진다’라고 막연히 알고 있고, 또 비법처럼 전해져 오는 많은 요리 방법들이 사실은 많은 부분 마이야르 반응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스테이크를 굽는 경우, 일반적으로 강한 불에 굽는 것이 육즙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정확한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고 너무 높은 고열에서 구워서도 안되는 것이 마이야르 반응은 200도 이하의 적정온도를 필요로 하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다른 화학반응이 유도되기 때문에 맛을 잃고, 또 몸에 좋지 않은 발암물질이 부가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냄비나 가마솥에 밥을 할 때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인데, 물이 충분히 있는 경우에는 물이 끓는 동안 솥안의 온도가 물의 끓는점인 섭씨 100도로 유지되고 있어 마이야르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밥알이 물을 흡수하고, 또 증기로 빠져 나가면서 솥의 바닥에 밥알과 닿아있는 부분에 물기가 없어지면 온도가 상승하여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노릇노릇하게 밥알이 구어진 맛있는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으로는 누릉지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바닥부분의 온도가 10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해 마이야르 반응이 시작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중의 하나인 삼겹살, 바로 돼지고기인데요. 돼지고기를 먹을 때 구워서 먹는 삼겹살과 같은 경우는 참기름장 정도를 찍어 먹거나 그냥 먹는데, 물에 끓여 익힌 수육을 먹을 때는 새우젓에 찍어먹는 이유가 궁금하신 적 없으신가요? 불판에 구운 삼겹살의 경우 높은 온도로 구워져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감칠맛이 도는데, 수육은 100도를 유지하는 물에서 끓여진 것이라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고기 자체에 감칠맛이 없어 짭짤한 새우젓으로 그 맛을 더하기 위해서랍니다. 오븐 안에서 구워지는 쿠키, 로스터 내부에서 맛있는 향을 내기 시작하는 커피콩 등 대부분의 음식들은 바로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서 그 맛을 내고, 특유의 향을 자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런 음식들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알려져 오는 비법들이 대부분 마이야르 반응을 최적화시키는 방법에 해당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것은 1912년에 발견되었고, 40년이 지난 이후 재조명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이 반응의 최적화 조건은 이미 석기시대 고기를 불에 구워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 저녁 맛있는 식사를 하시면서 마이야르 반응을 생각하실 필요는 없지만, 오늘의 칼럼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는 과학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과학자들 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 생활의 하나하나가 바로 과학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즐겁고 뜻깊은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라며 변변치 않은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센의 과학이야기’는 2015년에도 좀 더 흥미있고, 도움이 되는 과학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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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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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입자라는 것이 있을까? 만약에 있다면 그 기본입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부터 지금까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가장 궁극적인 궁금증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철학자는 그들의 철학적 접근 방식대로, 과학자는 과학적 실험에 근거하여 지금까지도 그 기본입자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쿼크(quark), 글루온(gluon)과 같이 근래에 밝혀진 입자들에 대해서 이미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갖고 있는 입자중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는 바로 원자(atom)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원자에 대한 가장 비슷한 가설을 처음으로 세운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BC460경 ~ BC360경)입니다. 데모크리투스는 소크라테스보다 한 세대 앞선 철학자로 소크라테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했는데, 그는 이 세상은 원자(atomus)라 불리우는 가장 작은 입자와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이 합쳐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원자모델과도 비교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실험이 아닌, 단지 사고의 통찰력만으로 추론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비과학적 방법으로 기본입자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으나, 과학적 추론에 의해 접근된 원자에 대한 개념는 1800년대 초 영국의 과학자 존 달톤(John Dalton, 1766~1844)으로 넘어갑니다. 달톤은 당시 기체에 대한 연구로부터 알려진 질량 보존의 법칙, 일정 성분비의 법칙과 같은 기본 법칙들에 모순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자(atom)라는 기본입자로 모든 물질이 구성되야 한다는 원자설을 발표합니다. 이 원자설에 따르면 더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인 원자가 존재하며, 동일 원소의 원자는 질량, 성질 등이 동일하고, 하나의 원자가 다른 원자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가설하고 있습니다. 존 달톤이 활동하던 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초는 소위 잘못된 연금술사(alchemist)들이 납(Pb) 덩어리를 금(Au) 덩어리로 바꿔주겠다며 사기를 치는 일이 유행하던 시기로서 달톤은 그들에게 당하는 어리석은 지주들에게 “금은 금의 원자가 있고, 납은 납의 원자가 있으며, 이들의 원자는 변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납으로 금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그런 못된 사기꾼들에게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의 메세지를 주기 위해 원자설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달톤이 원자설을 제창한지 약 100년뒤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고 당시 물리학 연구의 중심이었던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물리학을 연구하던 조지프 존 톰슨(Sir Joseph John Thomson, 1856-1940)에 의해 원자 모형이 변화하게 됩니다. 당시 진공관내부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양 극을 연결하는 밝은 빛줄기가 진공관내에 생성되는 것을 발견한 톰슨은 많은 실험을 통해 이 빛줄기가 사실 실제 빛이 아니라 음전하를 띤 입자들의 흐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전자(electron)이라고 명명합니다. 이 전자가 튀어나오는 극판은 순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얇은 판이기 때문에 금속원자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곳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라는 알갱이가 나온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그 ‘전자’라는 알갱이가 바로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즉 원자의 구성 입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제 원자로부터 더 작은 알갱이가 빠져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달톤의 원자모형은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톰슨은 어떻게 실험을 해도 양전하를 갖고 있는 입자는 나오지를 않고 음전하를 갖고 있는 ‘전자’만이 떨어져 나온다는 자신의 실험 결과에 따라 원자란 바탕에 양전하가 옅게 퍼져있고, 그곳에 전자가 듬성듬성 박혀있는 형태를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 모양이 빵에 건포도가 박혀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건포도빵 모델(Raisin Bun Model)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톰슨의 많은 제자 중에 가장 부각을 나타낸 제자로 유명한 어니스트 러더포드(Ernst Rutherford, 1871~1937)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의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톰슨의 애제자로 성장한 러더포드는 1898년부터 1907년까지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교수로 제직했고, 이곳에서 화학과의 프레드릭 소디교수와 함께 방사능 붕괴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이 후, 그는 1907년 맨체스터 대학의 교수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러더포드는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알파입자, 베타입자 등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힌 물리학자로서 핵물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핵물리학의 거장입니다. 자신의 발견한 알파입자 붕괴 방사선을 이용해서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는 알파선을 이용해서 자신의 지도교수인 톰슨의 원자모델을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의 의도는 지도교수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해주기 위해서였던 것이지요. 알파입자란 헬륨의 원자핵으로서 강한 양전하를 띄는 입자입니다. 이는 전자 하나와 비교해서 약 7200배정도 무거운 입자로 전자들 몇개가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서 알파입자가 크게 산란되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톰슨의 모델에서 양전하는 전체 원자에 퍼져있기 때문에 그 세기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그곳에 건포도처럼 전자들이 듬성듬성 박혀 있지만, 알파입자에 비해 너무나 작은 먼지같은 존재이기에 원자들로 이루어진 얇은 박막에 알파입자를 쏘아준다면 박막을 통과한 후에도 알파입자는 궤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 직진할 것입니다. 마치 창호지를 발라놓은 창틀에 농구공을 던져보면 농구공이 창호지를 뚫고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그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 실험의 결과는 몇몇의 알파입자가 얇은 금속박막을 통과하면서 크게 산란되어 옆으로 튕겨나가버렸고, 러더포드는 이 결과를 처음 보았을 때를 자신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습니다.

“나는 얇은 종이막에 포탄을 쏘았는데, 종이막이 찢어지지 않고 포탄이 뒤로 튕겨져 나오는 것을 본 것처럼 충격에 휩싸였다.”

이 말에서 러더포드가 얼마나 그 결과를 예측치 못했는지를 알 수 있고, 또 러더포드로서는 이러한 결과를 본 이상 자신의 지도교수인 톰슨의 원자모델을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는 결과에 따라 강한 양전하를 띄는 알파입자가 이렇게 크게 산란된다는 것은 원자내부에 강한 양전하를 갖는 입자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이 입자를 원자핵(nucleus)라고 명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도교수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행된 실험으로 지도교수의 이론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해버린 아이러니한 결과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원자모델은 톰슨의 건포도빵 모델로부터 중심에 원자핵이 위치하고 주변에 전자들이 태양주변의 행성들처럼 원운동을 하고 있다는 러더포드의 행성모델(Planetary Model)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러더포드의 모델은 세상에 나오자 마자 많은 과학자들에게 집중포화를 받게 됩니다. 이유인 즉슨, 전자기학이론에 의하면 전하를 띈 입자가 원운동을 하면 전자기파를 외부로 방출하게 되기 때문에 자체의 에너지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러더포드 모델에 따르면 원자핵주변에서 음전하를 띈 전자들이 지구주변을 달이 돌듯이 궤도운동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궤도운동을 하면 전하를 띈 전자는 전자기파를 발산시킬 수 밖에 없고, 그럼 에너지감소에 의해 운동속도가 줄어들고, 궤도 반지름이 줄어들어 나선 모양의 궤도를 그리며 중심의 원자핵쪽으로 빨려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즉, 러더포드의 모델은 실험 결과에 의해 가정되기는 했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낸 것은 바로 러더포드의 제자은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1885-1962)입니다. 덴마크에서 태어난 보어는 러더포드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연구하던 시절 그의 대학원생으로서 사사를 받게 되는데, 그는 그의 친구인 요한 발머(Johann Jakob Baller,1825-1898)의 수소 스펙트럼에 대한 실험 결과에 착안하여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 정해진 에너지를 갖는 궤도에서만 존재가 가능하며 그 곳에서 안정상태의 궤도운동을 하면 에너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속적인 궤도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물리학적 계산은 뒤로하고 쉽게 말씀드리자면 전자는 정해진 위치, 즉 에너지 레벨에서만 존재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렇게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지역이 띄엄띄엄 나뉘어져 있다, 즉 ‘양자화’되어있다라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양자역학’이 시작되게 된 첫걸음이었습니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투스부터 닐스 보어까지 약 2300여년의 긴 시간동안 지속된 사고와 실험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으며, 현재도 원자 내부를 이루고 있는, 그리고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기본입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갖고 있는 기본입자는 원자라 할 수 있고, 이 원자의 내부구조를 밝힌 보어의 원자모델을 이용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재미있는 현상들과 첨단 기술의 원리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이면 북부 캐나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오로라 현상, 병원에서 진단을 위해 찍는 X-ray 등도 모두 이 원자구조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과 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 칼럼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보어의 원자구조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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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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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들,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입자들로 쪼개어 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유지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화학적 기본입자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원자의 구조는 지난 칼럼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달톤의 원자설, 톰슨의 건포도 빵 모델, 러더포드의 행성 모델을 거쳐 닐스 보어의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 모델로 변화하며 오랜 기간의 실험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 실제 원자구조에 한걸음씩 근접해 왔습니다. 19세기초에 완성된 보어 모델은 중심에 원자핵이 위치하고 그 주변에 전자들이 존재가능한 에너지 준위, 즉 위치가 있으며 그 곳에만 전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어가 이러한 원자구조를 밝힐 수 있었던 데에는 스위스 의 한 여학교의 과학교사로 재직중이던 야콥 발머(Jakob Balmer, 1825-1898)의 수소원자에서 나오는 선스펙트럼의 발견이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발머는 수소 기체에 온도를 높여 고온 상태로 만들면 기체로부터 4개의 각기 다른 색깔을 띄는 가시광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스펙트럼의 파장을 계산해 본 결과 이 파장값들이 일련의 배수관계를 갖는 값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값들은 수소 원자의 어떤 특이한 구조에 의해 결정된 값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이상의 접근은 하지는 못했습니다. 

1912년 코펜하겐의 분광학 전문가인 한센(H. M. Hansen)으로부터 이러한 발머 파장값들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보어는 발머의 발견을 접하게 되고, 당시 원자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보어는 단번에 이 숫자들이 원자 구조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입니다. 

전자는 정해진 에너지준위에만 존재가 가능하고 각각의 에너지 준위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낮은 에너지영역에서 높은 에너지영역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지만,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다시 낮은 에너지 영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 해당하는 에너지 차이만큼을 밖으로 방출시켜야 다시 낮은 에너지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검출한 것이 발머의 선스펙트럼에 해당하며 이 에너지는 수소 원자 고유의 에너지 준위간의 차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해진 값을 갖는 빛만이 방출된다고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원자구조에 대한 고민과 발머의 선스펙트럼의 의미를 동시에 설명해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수소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은 가시광선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에너지 준위의 차이에 따라 더 큰 자외선이나 적외선도 방출되어 나오는데 이들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머의 선 스펙트럼보다 나중에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비가시광선 영역의 스펙트럼도 보어의 전자 에너지 준위에 대한 설명에 정확히 맞어 떨어지면서 보어의 원자모델을 뒷받침해주게 됩니다. 

이러한 원자내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고유값들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자에 강한 에너지를 주고 그로부터 방출되는 스펙트럼의 값들을 따져보면 샘플에 들어있는 원자의 종류가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즉, 원자로부터 방출되는 선스펙트럼값은 각 원자들 고유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가끔 과학 수사대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범죄현장에서 채취해온 샘플을 어떤 기계에 집어넣고 분석을 하고선, 그 결과를 보고 그 샘플의 구성원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분석이 샘플로부터 나오는 선스펙트럼값을 측정하여 고유 원자구조의 에너지 준위차를 분석하여 원소의 종류를 찾아내는 방법인 것입니다. 

우리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위해서 찍는 가장 보편적인 의료영상인 X-ray도 이러한 전자의 에너지 준위간 움직임에서 방출되는 파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X-ray 발생장치에는 양극에 크로미움(Cr), 코발트(Co), 니켈(Ni) 등의 금속판을 연결하고, 이 금속판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전기 에너지를 전달받은 전자들이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되돌아 오면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이는 수소의 발머스펙트럼의 발생 원리와 동일한 원리입니다. 단지 이들 금속원자는 그 크기가 수소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에너지 준위간 차이도 그 만큼 커서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높은 X-ray가 방출되는 것 뿐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사선 등은 모두 단지 에너지의 정도 차이를 갖고 있을 뿐 모두 동일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Radiation)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북극과 남극지방에서 자주 목격되는 오로라 현상도 동일한 현상에 의한 자연의 신비한 연출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원래 연중 항상 일어나지만, 하늘이 어두운 밤에 더 잘보이기 때문에 밤이 상대적으로 긴 겨울에 자주 목격되는 것 뿐입니다. 이 현상은 태양 플레어 등으로 인해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에너지를 띈 입자들이 극지방에서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끌려서 지구 대기권내로 들어오면서 지구 대기내의 기체 원자들과 충돌하게 되고, 이 충돌로 에너지를 받게 된 원자내의 전자들이 에너지 준위간을 이동하면서 가시광선을 방출해 내는 것입니다. 이때 공기층 내부의 기체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다른 파장의 가시광선이 나오게 되고, 이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의 광선들 방출되어 형형색색의 신기한 무늬를 하늘에 만들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오로라 현상에서 보여지는 색이 어떤 색 계열이 강한가에 따라서 어떤 원소의 기체들과 반응을 한것인지를 추적하여 해당 공기층의 성분들의 분포율을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많은 현상들은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동일한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순수과학은 이러한 숨은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자연의 숨어있는 근본적인 법칙들을 찾아내는 학문입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 동일한 원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을 때, 장막으로 덮혀있던 것들이 서서히 들어나면서 숨은 연결고리를 찾아내었을 때의 그 벅차오르는 희열이 오늘도 많은 과학자들을 골방의 연구실로 잡아 이끄는 힘일 것입니다.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달이 지구주변을 돌아가는 것이 만유인력이라는 하나의 법칙에 의해서 일어나는 다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아냈을 때 뉴튼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서 짜릿한 기분이 들지 않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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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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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TV가 보급되기 시작한지도 이미 오래되어 이제는 왠만한 영화는 거의 3D영상으로 볼 수 있고, 한국에서는 벌써 3D 차원을 넘어 냄새나 진동을 느낄 수 있는 4D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집에서도 3D TV 와 3D 영상을 볼 수 있는 안경만 있으면 현장감 넘치는 3D 영화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과연 무슨 원리로 우리는 이러한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걸까요? 안경을 벗으면 두개의 영상이 겹쳐보이는 것에 불과한 이미지가 어떻게 싸구려 플라스틱 선글라스같이 생긴 안경을 쓰면 희한하게 현장감 넘치는 3D 영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일까요?

3D 영상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우리에 눈은 어떤 원리로 입체감, 원근감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아무 물체를 눈 앞 약 30cm정도에 들고서 양쪽 눈을 번갈아 감고서 물체를 바라보면 두 눈에 보이는 물체의 모습이 살짝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양쪽 눈이 물체를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인데, 이렇게 양쪽 눈으로 들어오는 이미지의 차이를 양안시차(Binocular Parallax)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두 눈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는 물체가 눈에 가까이 있으면 있을 수록 물체를 향한 각도의 차이가 커져서 보이는 이미지의 차이가 더 크게 되고, 멀리있는 물체일 수록 두눈을부터 물체를 향한 각도가 작아져서 그 이미지의 차이가 점점 작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양쪽 눈으로 들어오는 이미지의 다른 정도를 뇌가 인식하여 우리는 물체의 가깝고 먼 정도, 즉 원근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눈을 갖고 있는 모든 동물이 두개의 눈을 갖고 있는 이유입니다. 눈이 하나라면 차이를 인식할 수 없어 원근감을 인지할 수 없고, 두 개 이상의 눈은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오징어 눈은 하나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징어도 역시 눈은 두개이며 마른 오징어의 검고 딱딱한 부분은 눈이 아니라 오징어의 입에 해당합니다. 

즉, 사람의 눈은 양안시차를 이용하여 입체감과 원근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3D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순히 시청하는 사람의 두 눈에 두 개의 다른 영상을 넣어주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두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이 도착할 수 있는가가 바로 3D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리가 될 것입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도 흔하지는 않았지만 3D영화가 있었읍니다. 그때에도 3D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특수한 안경을 썼어야 했는데, 지금과 다른 점은 그때의 안경은 양쪽이 붉은색과 파란색의 필터로 된 안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안경을 풀프리히(Pulfrich)안경이라고 하는데 적색과 청색 필터를 통과한 빛에 시차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하여 두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이 도달하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이는 독일의 물리학자 칼리 풀프리히(Carl Pulfrich, 1858-1927)에 의해서 발견된 원리인데, 이는 적색필터를 통해서 들어온 이미지는 청색필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영상보다 뇌에서 빠르게 지각된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의 눈은 적색필터를 통해서 들어온 빛이 청색필터를 통과한 빛보다 밝다고 지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제로는 양쪽 눈에 동시에 도달한 영상이지만, 뇌에서 영상처리의 시간차가 생겨 적색필터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를 더 빠르게 인식하여 양쪽 눈으로 들어온 영상의 차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뇌는 입체감을 느끼게 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에 따라서 영상처리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양쪽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이러한 3D 영상을 시청하면 눈의 피로를 쉽게 느낄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 영화관에서 3D 영상을 볼때 착용하는 안경은 선글라스와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이를 편광필터(Polarization filter) 안경이라고 합니다. 이는 빛의 편광(Polarization)원리를 이용하여 3D 영상을 구현하는 도구입니다. 빛의 파동, 즉 전자기파(Electromagnetic Radiation)은 전기장(Electric field)와 자기장(Magnetic field)의 진동에 의해서 전파되는 파동의 일종입니다. (물론 빛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갖지만 여기서는 파동성에 의한 원리만을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으로 진동하며 진행하는데, 이 진동은 원래 모든 방향으로 퍼져서 진동을 합니다. 이러한 빛이 한쪽 방향성을 갖고 있는 필터, 즉 미세한 블라인드와 같이 생긴 필터를 통과하게 되면 필터의 방향과 일치하는 진동만이 통과를 할 수 있고, 다른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은 필터에 의해 차단당하게 됩니다. 그 결과 필터를 통과하여 나오는 빛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이 나오게 되는데 이를 편광된 빛(Polarized light)라고 합니다. 이렇게 편광된 빛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있다면 이 영상은 자신의 편광방향과 일치하는 필터는 통과할 수 있지만, 자신의 편광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필터에 의해서는, 비록 그 필터가 완전히 막힌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빛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스크린에는 두개의 다른 편광방향에 의해 만들어진 두개의 다른 영상이 비춰지고, 이를 각기 다른 방향의 편광필터로 된 렌즈로 만들어진 안경을 통해서 보면, 두 영상이 각기 자신의 편광방향과 일치하는 필터만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두개의 겹친 영상이 두 눈에 분리되어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서 두개의 다른 영상이 각각의 눈에 의해 인지되고 이로부터 생겨나는 양안시차를 이용하여 3D영상을 느낄 수 있게 되는 원리입니다. 

물론 이러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를 찍을 당시부터 다른 두개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두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을 해야하는데, 요즘에는 더 정확한 두 영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독립된 두대의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카메라에 두개의 렌즈가 장착되어 3D영상을 찍을 수 있는 특수한 카메라를 이용하곤 합니다. 이렇게 3D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영상은 실제로 두개의 다른 영상이 겹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영상의 파일크기 자체가 일반영화의 두배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일반적인 영화 미디어인 DVD로는 3D영상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Blue-ray 방식의 미디어에 3D영상을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3D영상의 현실감을 넘어서 촉각, 후각등을 자극하는 4D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영상 및 음향 관련 분야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기에 멀지 않은 미래에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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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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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세상입니다. 십여년전만에도 생소하게 느껴지던 터치스크린 방식이 이제는 모든 곳에 적용되어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부터 아이들의 장난감까지 터치스크린이 이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터치 스크린 기술은 사실 놀랍게도 꽤 오래전인1965년 영국의 E. A. Johnson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존슨 박사의 논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최초의 터치스크린 기술의 원리가 현재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즉, 널리 보급되어 대중화된 것은 요즘의 일이지만, 그 기술이 개발된 것은 이미 50년전 일이었습니다. 당시 개발 된 존슨 박사의 터치스크린은 정전식 방식으로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전도체로 만들어진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가져가 대면 손가락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에 의해 터치패널에 있는 전자들의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를 측정하여 손가락의 위치를 인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방식은 외부의 전류의 흐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가락 또는 특정한 펜을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패널의 빛의 투과율이 상당히 좋고, 한 곳 이상의 터치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널을 강하게 누르지 않아도 되는 장점들 덕분에 현재의 스마트폰이나 타블렛과 같은 기기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이와 대조적인 저항막 방식(resistive touchscreen)은 1970년대에 들어서 사무엘 허스트(Dr. G. Samuel Hurst)라는 미국 과학자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켄터키 대학교(University Kentucky) 물리학과 교수였던 허스트는 원자물리학연구를 위해서 미국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ORNL)에서 밴 데 그라프 가속기(Van der Graff Accelerator)를 이용해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가속기로부터 얻어지는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실험이 지연되는 것을 보고서 자료들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게 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x,y좌표를 읽어들일 수 있는 전도체판을 만들어서 실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좌표값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이전에 며칠이 걸려서 분석하는 값들을 몇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허스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시스템이 새로운 입력장치로 사용될 수 있겠다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연구소에서의 실험을 마친 이후에 학교로 돌아와 이 패널 시스템 연구를 계속한 결과 저항막 터치스크린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저항막 방식이란 여러개의 얇은 막들이 겹쳐져 있는 다층구조의 패널의 윗부분에 손가락이나 펜 등을 이용해서 압력을 가하면 아래쪽에 위치한 전도체가 장착되어 있는 두개의 층이 서로 붙으면서 전기적 신호를 만들고, 그 신호를 읽어들임으로써 위치를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제조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여러층의 패널이 겹쳐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빛의 투과율이 좋지 않아서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터치 스크린 기술이 처음으로 상용화된 것은 1983년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사의 HP-150이라는 컴퓨터였습니다. 이 컴퓨터가 사용했던 터치스크린 방식은 광학방식, 또는 적외선 방식이라고 불립니다. 이 방식은 패널의 양 끝쪽에 적외선 방출기와 감지 센서를 장착시켜 놓고서 손가락이 화면에 위치하면 적외선 감지가 차단당하는 것을 측정하여 손가락의 위치를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이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 저장용량이 160 KB (요즘의 컴퓨터 저장공간의 약 백만분의 일정도의 용량)이었던 것을 감안해 보면, 당시에 터치스크린이라는 것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시대를 앞선 기술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대를 ‘너무’ 많이 앞선 기술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당시의 컴퓨터는 지금의 윈도우즈(Windows)나 애플사의 맥 OSX와 같은 형태를 갖추지 못했을 때였고, 실제 HP-150 컴퓨터는 MS 윈도우즈의 전신에 해당하는 MS-DOS (Disk Operating System)이라는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이는 지금의 컴퓨터와는 많이 다르게 암호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타이핑을 하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형태였습니다. 그래픽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명령어를 하나하나 타이핑으로 입력해야 하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사실 당시의 컴퓨터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 터치스크린 기술은 매우 신기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 그런 기술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계륵과 같은 취급을 받던 터치스크린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먼저 은행의 ATM 자동입출금기계, 키오스크(Kiosk)와 같이 시스템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키오스크란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정보전달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지하철 역의 무인 안내기라던지, 박물관같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시스템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기계들은 공공의 장소에서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친숙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의 입력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 특히 ATM 단말기는 인식오차가 최소화해야 되야 하고, 공공 장소에 노출되는 만큼, 강한 내구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제작 단가 역시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정전식이 아닌 저항막 방식 또는 적외선 방식의 터치스크린 원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달리 은행의 ATM 단말기를 사용하실 때에는 좀 더 강하게 화면을 눌러야 작동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원리의 차이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제한된 곳에서만 사용되어오던 터치스크린 방식은 2000년대에 들어서 드디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르며 이제는 모든 곳에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입력방식은 거의 기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터치 스크린 방식은 정전식, 저항막식, 광학식, 그리고 초음파를 이용한 초음파방식으로 나뉘어 지는데, 먼저 개발된 방식이라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에 따라서 알맞은 방식이 채택되어 모든 방식이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터치감 등이 중요시 되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등에서는 정전식 방식을, 인식율이 중요하나 상대적으로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가 요구되지는 않는 ATM 단말기나 GPS 네비게이션 등에는 저항막식 또는 적외선 방식의 터치스크린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터치스크린을 뛰어 넘어서 공간상에서의 움직임을 인식하거나, 화면 앞에서 손을 움직이기만 해도 터치없이 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들도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20-30년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던 것임을 생각해 보면, 지금 말도 안되는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기술들, 예를 들면 생각만으로 물체를 조정한다던지, 인공적으로 맛이나 냄새도 느낄 수 있게 한다던지 하는 기술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