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entry by Joon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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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2:19 PM
Anyone in the world

1964년 어느날,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라는 이름의 젊은 두 과학자는 미국 뉴저지 벨 연구소(Bell Lab)에 위치한 커다란 집채만한 실험장치인 혼 안테나(Horn antenna) 안에 쭈그리고 앉아 입을 굳게 다문채 비둘기의 배설물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칼텍,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당시 최고의 연구시설 중 하나인 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두 과학자가 비둘기의 배설물이나 치우고 있으니 신세한탄을 할 법도 하지만,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생각하느라 말 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혼 안테나를 이용해서 매우 미세한 신호를 읽어들여야 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 이 두사람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잡신호를 제거하기 위해 이미 9개월여를 고생해 왔습니다. 그들이 제거하고자 하는 이 잡신호가 얼마나 중요한 발견인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입니다.


이들의 인생역전이야기는 1960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에코 통신위성을 쏘아올리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선 통신이라는 개념이 대중적이지 않던 당시 위성을 이용한 통신을 실험하고자 발사된 위성이 에코 위성입니다. 통신업계의 선두주자인 벨그룹은 위성을 이용한 무선통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측하고 에코 위성 계획에 참가하여 위성으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 증폭하는 리시버, 즉 안테나를 벨 연구소에 만들고 운영하는 부분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연구소 내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혼 안테나(Horn antenna)입니다. 길이 15미터, 폭과 넓이가 각각 6미터에 해당하는 대형 안테나의 모습이 커다란 소 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혼 안테나라고 불립니다. 무선 통신의 잠재성을 예측했을 뿐 어떤 실현 가능성들이 있을지 아직 잘 모른 벨 연구소는 이 에코위성과 혼 안테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젊은 천체 물리학자 두명을 영입했는데, 이때 벨 연구소에 들어온 과학자가 바로 펜지어스와 윌슨입니다. 벨 연구소는 좋은 환경의 연구소임에는 확실하지만, 통신회사가 경영하는 연구소로서 순수 과학보다는 응용과학쪽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순수 천체 물리학자의 영입은 흔한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연구소는 이 젊은 두 과학자에게 최첨단의 기계를 이용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고, 이 두 과학자는 지구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를 측정해 우리은하(Milky way galaxy)의 상세 지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랜 기간 은하에서 들어오는 미세한 신호를 읽어들이기 위한 셋업을 만드느라 고생한 두 과학자는 첫 데이터를 받아들인 후 큰 실망에 빠졌는데, 안테나에 잡히는 잡신호가 읽어들여야 하는 신호보다 너무나 커 데이터를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잡신호를 없애기 위해 9개월이상을 고민하고 실험하기를 거듭했지만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도 이 잡신호를 없앨 수 없어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정말이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확인을 해봤습니다. 같은 고도상에 위치하고 수십킬로 밖에 떨어지지 않는 맨해튼에서 만들어지는 신호들이 잡히는 것인지, 당시 비밀리에 이루어지던 핵폭탄 폭발 실험에 의한 노이즈인지, 태양계 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인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해 봤습니다. 급기야 안테나 내부에 비둘기들이 만들어 놓은 배설물들이 전자기파의 간섭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안테나에 드나드는 비둘기들을 잡고, 그 배설물들을 깨끗이 청소하기까지 이른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의 노이즈는 그들의 데이터 측정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윌슨의 어느 강연에 따르면, 이제는 그 주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펜지어스가 MIT의 동료 학자 버니 버크(Bernie Burke)와 통화하던 중 잡신호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게되고, 이 이야기를 들은 버니는 펜지어스에게 프린스턴 대학의 밥 딕키(Bob Dicke)에게 연락해 볼 것을 권합니다. 밥은 당시 우주의 기원에 대해 연구중이던 과학자로 우주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과학자였습니다. 펜지어스는 바로 다음날 밥에게 전화를 걸어 수수께끼의 잡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조용히 전화 통화를 하던 밥은 수화기를 내려 놓은 후 자신의 연구진들에게 “여러분, 우리 실험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수년간 찾으려고 노력해온 빅뱅이론의 증거를 벨 연구소의 두 과학자가 완벽하게 찾아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두 과학자, 펜지어스와 윌슨이 일년 가까이 제거하고자 노력했던 잡신호는 사실 프린스턴의 밥 딕키 연구진이 수년간 찾고자 했던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입니다. 지금은 많은 과학자들이 13.5억년전 한점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지금까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이론(big bang theory)를 우주 탄생에 대한 정설로 믿고 있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과학자들은 정상우주론(Steady State Theory, 우주는 변화하지 않고 시공간에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라는 설)을 더 많이 믿었습니다. 1930년 이후 몇몇의 과학자들에 의해 우주가 고정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가설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빅뱅이론은 그 중에 한가지였습니다. 밥 딕키는 정상우주론대신 빅뱅이론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빅뱅이론이 맞다면, 폭발직후 급작스러운 팽창에 의해 생성된 낮은 에너지의 전자기파(마이크로파, microwave radiation)이 우주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렇게 퍼져있는 마이크로파를 발견한다면 이것은 빅뱅이론의 완벽한 증거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 마이크로파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어느날 뉴저지의 두 과학자로부터 일년 가까이 아무리 제거하려고 해도 제거가 되지 않는 노이즈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들이 없애려는 신호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후, 펜지어스와 윌슨은 그들의 측정값들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고, 밥 딕키의 연구진은 그 측정이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우주배경복사라는 이론적 뒷받침을 하는 논문을 각각 발표함으로써 바야흐로 빅뱅이론의 시대를 열게 된 것입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이들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지속된 천체물리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현재 우리는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우주배경복사의 상태를 더 세밀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의 회고에 의하면, 밥의 제안에 따라 논문을 쓸 때조차 그들은 그 논문이 물리학의 한 획을 긋게 되는 발견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데이터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비둘기 배설물까지 치우게 했던 그 잡신호가 그들에게 노벨상을 안겨주고, 인류에게는 우주의 신비를 좀 더 알아낼 수 있는 열쇠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