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entry by Joon Sam

Anyone in the world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에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경 일본 열도 북동쪽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에서 진도 5.5~7정도의 해저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인근 연안에 있는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자로 1~3호기가 안전을 위해서 자동으로 긴급정지 상태로 들어갑니다. 원래 후쿠시마 발전소에는 6호기의 원자로가 있지만, 4~6호기는 정기검사를 위해 그 당시 정지 상태였기에 1~3호기 정지로 발전소 전체가 정지된 것입니다. 숨을 죽이고, 지진의 여파가 별 탈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던 사람들의 바램과는 달리 지진의 요동으로 발전소 주변의 송전, 변전 시설들이 손상됨으로써 발전소로 들어오는 외부 전력들이 모두 끊어지고 맙니다. 원자로 냉각기는 절대적으로 멈춰서는 안되는 시설이기에 외부 전력이 끊기자 마자 자체 디젤 발전기를 가동시켜 대체전기를 투입하지만, 불행히도 지진 발생 한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높이 15m 이상의 쓰나미가 발전소 전체를 덮치면서 지하에 위치한 디젤 발전소마저 침수되어 그 작동을 멈춤으로써 냉각기 전원이 완전히 끊겨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냉각장치의 작동이 멈춘다는 것은 자동차의 엔진을 냉각수없이 작동시키는 것과 같아서 원자로 중심부의 온도가 120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급기야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Melt down)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멜트 다운과정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양의 수소 가스로 인하여 원자로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자,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소유주인 도쿄 전력은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서 격납고 내부의 공기를 강제로 배출시키고, 바닷물을 주입시키는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했지만 초기 대응의 지체로 인해 끝내 수소폭발을 막지 못하고 다량의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고가 일어난지 벌써 3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후쿠시마에 관련된 우려와 걱정들이 함께 나오는 이유는 최초 사고직후의 도쿄전력의 대응미숙과 그 이후에 발표되는 수치들이 자꾸 바뀌면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정부는 사고 직후 원자력 안전보안원도 사고 척도(INES)를 레벨4라고 발표했다가 일주일뒤에는 레벨 5로, 그리고 한달 뒤에는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급으로 척도의 최고치에 해당하는 레벨 7로 레벨을 격상시킵니다. 또한 초기 대응 중 외부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도 초기에는 37만 테라베퀘렐(TBq)에서 석달 뒤 6월에 77만 테라베퀘렐(TBq)로 바꿔서 발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고 대응에 관련된 주요 수치들이 자주 수정되어, 발표에 신뢰를 잃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발표되는 양보다 실제는 훨씬 더 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배출되고 있는 중이라는 근거없는 루머들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전공이 원자핵 물리학, 그리고 방사선 의료 물리학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된 궁금한 점들을 물으시는데, 몇가지 공통된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게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체르노빌 사고 때는 발전소 전체를 콘트리트로 막아버렸는데, 왜 이번에 후쿠시마때는 그런 대처를 하지 않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하고 있는 바닷가가 아니라 강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냉각수를 즉각적으로 집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뿐아니라, 폭발로 인해 원자로가 완전히 부서져 내린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이 콘트리트로 덮어 버렸던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 콘트리트로 덮어버리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가장 안좋은 최후의 선택에 해당합니다. 콘트리트로 덥어버린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안정되는 100-300년 이상이 지날 때까지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책에 해당합니다. 최선의 방법은 원자로를 안정상태로 유지하면서 주변의 방사선 오염수를 처리하고, 인근 지역의 방사선 오염을 제거해 가면서 핵연료를 제거해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 폐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1970년대에 미국에서 있었는 TMI 사고의 대응에서와 같이 이런 작업은 약 10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대응책입니다. TMI 사고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지금도 흘러 나오고 있고, 또 언제 쓰나미가 또 올지 모르는 지역에서 그 오랜 기간 동안 안정상태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이 최후의 방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장기 제염해체 작업쪽을 선택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방출했다는데 일본 근해에서 잡힌 생선들을 먹어도 상관없는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물은 방사능 오염도가 높기 때문에 원래 커다란 물탱크에 오랜시간 저장을 해 두었다가 방사능 오염농도가 일정값이하로 떨어지면 그때 외부로 방출을 시킵니다. 후쿠시마 발전소에도 이런 물탱크가 사고 이전에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많은 양의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었는데, 사고 이후 갑작스럽게 바닷물을 주입하는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의 냉각수가 사용되자 그 사용된 냉각수의 저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 전에 저장해 두었던, 그래서 이미 오염도가 많이 떨어진, 탱크 내부의 저농도 오염수들을 방출한 것입니다. 즉, 방출된 오염수들이 방금 사용된, 그래서 매우 위험하게 오염되어 있는, 고농도 오염수는 아니며 이에 대한 피해는 크게 고려할만 한 것이 못 됩니다. 하지만, 많은 기사들에 따르면 고동도 오염수들이 물탱크로 이동되는 파이프 등의 시설도 피해를 입어서 적지 않은 양의 고농도 오염수가 지하수로 유입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맞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하수를 펌프로 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2013년 기준 하루에 약 300톤가량의 오염수가 지하수로 스며들고 있다고 일본정부의 발표하였지만, 정확한 양은 아직도 알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렇게 방출되는 오염수가 태평양에 퍼져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까지는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냄비안에 엄청나게 짠 소금물이 있는데, 그 소금물을 수영장에 섞는다고 해서 수영장물이 짜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00,300톤이라는 단위를 들으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라 생각되지만, 태평양 전체에 비하면 아직은 워낙에 적은 양에 해당되어서 방사능 오염물질이 희석되기 때문에 그 오염도가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출이 계속된다면, 곧 위험수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하루 빨리 오염수의 방출을 원천적으로 막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세번째로 기사에 가장 많이 떠드는 세슘이라는 방사성 물질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각각 고유의 반감기를 갖습니다. 반감기란 방사능 물질의 양이 초기값에서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이야기하는데, 반감기의 열배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초기의 방사성 물질의 양은 약 천분의 일 이하로 적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반감기의 열배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방사성 물질이 사라졌다고 봅니다. 원자로 사고가 나면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들은 제논(Xe-133),요오드(I-131),세슘(Cs-137) 정도인데, 이중 제논은 반감기도 5일정도이고 비활성기체이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대부분 체외로 다시 배출되어 크게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는 않은 물질이지만, 요오드와 세슘은 활성기체로 정상세포가 노출된다면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입니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정도이기 때문에 사고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요오드의 검출을 우선으로 하지만, 그 이후가 지나면 30년 정도의 긴 반감기를 갖는 세슘만이 위험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난지 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세슘은 공포의 대상으로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방사능 오염에 의한 것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기형생물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형생물체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사능은 위험해서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피폭받는다면 화상과 같은 외상을 입을 수도 있고, 암 등의 질병이 생길 수도 있지만, 기형생물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또한 돌연변이가 생긴다 하더라도 이러한 돌연변이는 한두 세대가 지나서야 들어나기 때문에 사고후 3년안에 그많은 기형 생물체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생겼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한국의 이웃나라에서 이런 전대미문의 불행한 사건이 터졌다는 것, 그곳에서 나오는 방사성 오염물질에 대한 피해가 직접적으로 한국, 그리고 태평양 건너편인 이곳 밴쿠버에도 미칠 수 있다는 두려움, 거기에 일본정부의 투명하지 않은 사건 대응에 대한 발표들과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근거없는 이야기들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정부의 투명한 사건조사발표와 외부 과학자들의 조사참여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Modified: Tuesday, 11 February 2020, 5:23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