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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Sam - Tuesday, 11 February 2020, 5:29 PM
Anyone in the world

공기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괴물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한국, 그리고 미국의 동남부 지방이 많은 피해를 입곤 합니다.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험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태풍이 심하게 불 때, 건물의 지붕이 바람에 뜯겨 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보통 그런 장면을 볼 때, “바람이 지붕을 날릴 만큼 정말 세게 부는구나.” 하는 반응이 일반적이고 또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강하게 부는 지붕 바깥쪽 바람이 건물의 지붕을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집 안쪽에 있는 공기가 지붕을 위로 밀쳐내는 현상입니다. 방안의 얌전한, 있는지도 잘 느끼기 힘든 그런 공기들이 어떻게 그런 힘을 갑자기 내서 지붕을 뜯어낼 수 있는지 궁금하시지요?


이는 베르누이의 정리(Bernoulli’s Theorem)이라는 과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르누이의 정리란 물, 공기와 같이 흐름을 같은 유체의 성질을 설명하는 법칙으로 에너지 보존법칙의 유체역학 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이 정리는 동일한 높이라고 가정했을 때, 유속이 빠른 부분에서 유체의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의 대기압이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의 대기압보다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설명은 뭔가 복잡해서 되게 어려운 현상같지만, 사실 이 원리는 우리 주변에 많은 현상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압이라는 것은 공기의 압력을 뜻하는데, 압력이란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힘을 뜻합니다. 즉, 압력이 높다는 것은 같은 넓이의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 더 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곳의 일반적인 대기압은 101kPa에 해당하는데, 이는 약 100,000N의 힘이 1mx1m 면적에 가해지는 것인데, 한쪽 면이 1m인 정사각형 모양의 면적위에 100kg의 씨름선수 약 100명이 올라서서 그 면적을 누르고 있을 때 바닥이 받는 힘에 해당합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힘이 공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에 우리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강한 힘을 어떻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절대적인 힘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양쪽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힘으로 줄다리기를 한다면 줄이 힘을 받고 있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듯이, 우리 주변에 엄청난 세기의 대기압이 있지만, 모든 방향으로 동일한 힘의 대기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힘을 느끼지 못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균형이 깨지면 우리는 바로 그 대기압의 힘을 느낄 수 있고, 그 힘에 의해 공기가 한쪽으로 밀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바람이 부는 원리입니다.


아침에 샤워를 할 때, 자꾸만 귀찮게 샤워커튼이 다리에 붙곤 하는 걸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요? 그때 마다 다리에 물기가 있어서 샤워커튼이 달라붙는다고 생각하셨나요? 사실은 샤워기를 통해 나오는 물줄기의 속도가 샤워커튼 바깥쪽 공기의 흐름보다 빠르다보니 샤워커튼 내부의 공기 압력이 낮아지게 되고, 샤워커튼 바깥쪽 공기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바깥쪽 공기가 샤워커튼을 안쪽으로 밀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사이클링을 즐기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길가를 지날 때에 커다란 트럭과 같은 차가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가게 되면 몸이 되려 길 안쪽으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 역시 그냥 느낌이 아니라 트럭의 움직임에 의해 실제 길 안쪽의 압력이 낮아져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공기가 자전거와 사람을 밀어넣기 때문에 그 힘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베르누이의 정리는 간단히 실험해 볼 수도 있는데, 가벼운 종이컵 두개를 약 2cm 정도 간격으로 책상위에 올려놓고, 두 컵사이에 입으로 세게 바람을 불어넣으면, 그 바람 때문에 두개의 종이컵의 사이가 벌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두 컵이 서로 안쪽으로 몰려 붙어버리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입김으로 인해 두 컵 사이 공간의 압력이 낮아져 안쪽으로 밀리기 되는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태풍이 불면, 지붕 바깥쪽에 강한 바람이 불어 공기압이 낮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힘에 평형이 깨짐으로써 집안 내부에 있는 공기가 지붕을 위로 뜯어올려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또한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비행기의 날개는 자세히 보면 평편하게 생긴것이 아니라 윗부분이 불룩하게 올라온 형태를 띠는데, 이로써 날개 위쪽을 지나가는 공기들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어서 날개 아래쪽의 공기가 비행기를 들어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것들이 바로 이 베르누이의 정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현상들인데요. 오늘 어떤 것들이 이에 해당 되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과학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