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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1 February 2020, 5:30 PM 에 Sam Joon
누구에게나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이유

과음, 폭음 이후에 소위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나지 않아 다음날 아침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겠는 곳에서 잠에서 깨어 당황스러웠던 적이 혹시 있으신가요? 한국의 술문화를 경험하며 사회생활을 하신 분이라면 한번쯤 있을 법한 경험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필름 끊김 현상을 전문용어로 블랙 아웃(black out)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뇌 내부에 있는 해마(hippocampus)라는 부분이 알코올에 의해 마비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기억’인데, 이러한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누어집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그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 방금 전에 한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것이 단기기억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기억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반응하기 위해 뇌의 가장 활성화된 곳에 임시적으로 저장을 해 놓고, 순간순간의 변화에 반응하며 그 내용들을 뇌에서 사용을 합니다.  이러한 단기기억의 저장기간은 짧게는 1~2분에서 최대 한두시간이내의 내용들만을 기억할 수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새로운 내용들을 저장하기 위해서 이전 기억들은 자연스럽게 지워지게 됩니다. 이러한 내용들 중에 중요한 내용들로서 오랜 기간 기억되어져야 하는 선택된 내용들은 장기기억을 위한 뇌의 다른 공간들로 옮겨서 기록되는데, 이때 단기기억의 내용을 장기기억의 내용으로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대뇌 앞쪽의 측두옆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해마(hippocampus)입니다. 

이 해마는 그렇게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뇌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람의 인체에서 가장 알코올에 취약한 부분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이 되면 해마가 알코올에 마비가 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 다고 합니다. 해마의 기능은 주로 앞서 말씀드린 기억체계에 관여를 하는 것이지만, 그외에도 일정부분의 감정조절에도 관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면 일반적으로 조금 더 폭력적이 되거나 감정조절을 잘 못하게 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마에 마비가 와서 필름이 끊기게 되는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본인과 주변의 사람들이 그걸 눈치채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의 자극에 대한 대응은 단기기억에 의해서 이루어 지기 때문에 해마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사람들과의 대화, 행동 등에, 단지 조금 취해서 그렇다고 여겨질 뿐,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마는 한번 알코올에 의해 마비가 되면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그 회복의 속도가 워낙에 느리기 때문에 반복해서 술을 마시게 되면, 이후에는 더 적은 양의 알코올로도 쉽게 마비가 될 수 있으며, 이렇게 반복적으로 마비를 경험하면 후에 해마의 기능이 크게 저하되어 알콜성 치매, 간질, 베르니케-코르샤코프 증후군과 같은 뇌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오고 본인이 자신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다고 하시는 애주가분들이 많지만, 사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정도 수준에 이미 해마는 크게 공격을 받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한잔도 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술을 드시더라도 올바른 음주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술만 드시는 것보다는 충분한 영양분을 갖고 있는 안주를 함께 드시고, 물을 많이 섭취하셔서 체내 알코올 농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무엇보다도 어르신들 중에 다음날 해장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 해장술은 이미 전날 드신 술로 넉다운 되어 있는 해마를 확인사살하시는 행위에 해당함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 많은 분들이 해장술을 즐겨 했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과음, 폭음 등의 잘못된 음주는 사고로 연결되기도 하고, 또 바로 다음날 속쓰림 등의 괴로움을 동반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느끼지도 못하는 곳에서 서서히 몸을 상하게 하고 있고, 그로 인한 고통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딱 한잔이 아쉬우신가요? 바로 지금이 술자리를 즐겁게 마무리하실 순간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해마를 위해서.